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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우리가족,,,

세상살이이야기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08. 7. 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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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집에서 소를 키우지 않은 적이 내 기억으로는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어릴때부터 소 외양간이 있었고 소풀 뜯어오고 소죽끓여서 퍼주고

여름철에 들판에 데리고 나가서 풀뜯기고 하는 일은 주로 자식들이 해야할 일이었다.

조그만 밭떼기에 온 식구가 달라붙어서 누에도 키웠다가 담배농사도 지었다가

사과나무도 심었다가 벼라별 농사는 다 지어봤지만

소키우는 일 하나는 바뀐적이 없었다. 가끔 돼지도 같이 키우고 닭도 키웠지만...

 

노친네들이 연세드시고 난후에 1~2마리만 키우던 소를 더 늘려서 지금은 5마리나

키우고 계신다. 마당 한쪽에 번듯한 현대식 소 외양간도 큰돈을 들여서 지으셨다.

아버지는 중풍으로 불편한 몸으로 소 거름을 치고 그걸 경운기로 들판에 실어다 놓는일까지

여전히 하고 계신다.

새벽에 일어 나시면 소 여물이랑 사료주는 일로 시작해서 들의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온

저녁시간에 다시 소 먹이 주는일로 하루를 끝내신다.

소는 시골집의 생계수단이자 가족과도 같은 관계인것 같다.

짐승이지만 주인은 알아보고 장사꾼에게 팔려갈때는 눈물을 뚝뚝흘리고 운다.

 

예전에는 풀과 짚으로만 키웠지만 언제부터인가 대부분 사료를 많이 먹이고 있다.

사료의 대부분은 수입해서 들여온 각종 곡물로 만드는걸로 알고 있다.

어디 책에서 봤는데 초식동물에게 곡물을 먹이는 것은 자원의 낭비이고

소에게도 좋지는 않단다. 살을 단기간에 빨리 찌우게는 할수 있어도 풀 먹이는 것 보다는

해롭단다. 그러나 어찌하랴. 나이드신 노친네가 매일같이 풀을 베어올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다보니 비싼 사료를 먹일수 밖에.

기름값 올랐다고 사료값도 나날이 올라가고...어디 다른 지방 소 돼지 키우던 분들이

자살했다는 소식도 우울하게 들려온다.

 

식당의 고기값은 계속 올라가는데도 중간상인들이 다 폭리를 취하고

정작 소나 돼지 키우는 시골사람들은 먹고살기가 더 팍팍해진것 같다.

이제 공장식으로 대량으로 소를 키우는 미국 소고기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국내 한우값은

강아지값보다 못하게 될것이고

그 어느날에는 우리 시골집에서도 더이상 소를 키우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 외양간 지은값은 고사하고 사료값도 못 건질테니...

늙으신 노친네 한숨은 더 깊어지시겠지.

 

국가경제가 어떻니 자동차 수출할려면 할수 없다는 논리로 달래려 들겠지.

그러나 시골의 소가 사라지면 시골사람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시골 풍경에서 소가 사라지면

더 삭막하고 벼짚이나 풀은 버려져 거름으로나 쓸수 있을래나....

가족같은 소가 영원히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미국 소고기가 싫다. 미국소들은 트럭에다가 사료를 실어서 들이부어서 먹이더군.

그 사료에 멀 섞었는지 몰라도 분명 가둬서 키우는 소들의 내성을 키우기 위해

대량의 항생제와 각종 음식 쓰레기들이 섞였을 것이다.

들판에 방목하지 않는 짐승들은 항생제를 먹지 않으면 병이 쉽게들어서 키우기 어렵다고 한다.

그 항생제는 그대로 인간에게 전달된다.

먹고 살기 좋아져도 인간들의 병은 더 많이 발생하고 암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돈때문에 모든 인간적인것들이 자연적인 것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촌놈들은 미국소고기 싫어하고 먹지 말아야 할것 같다.

싸다고 맛있다고 시골 부모님 피눈물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그 고기 먹일것인가?

회사 회식한다고 어쩔수 없이 끌려가면 먹겠지만...~~~

 

요즘은 시골소들도 거의 농사일을 안하니까 하루종일 외양간에 매어놓고 지낸다.

고된 농사일 소가 안해서 좋겠지만

소도 그게 결국 고통이고 인간에게도 결국 안좋아지는 것 같다.

 

가끔 시골가다보면 몇년전 홍수가 나서 대부분의 냇가 둑을 새로

만들어 놓은걸 볼수 있다. 그때 중장비로 냇가 바닥을 하도 긁어놔서 고기가 씨가 말랐다.

냇가에 접근하기도 어렵게 되었고 아름다운 풍경들 다 사라져 버렸다.

옹터지에 빽빽하던 버드나무 숲도 사라져 버렸고 그 그늘에서 살던

피리 중태 불뭉티이 텅가리들 다 사라져 버렸다.

대운하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얼마나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지 몰라도

대운하 한다고 온통 강을 파헤치고 환경을 파괴할지 불보듯 뻔하다.

촌놈들은 적어도 대운하 찬성하지 말아야 한다. 냇가에서 벌거벗고 온종일 물장구치고

놀던 추억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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