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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진/1만미터 위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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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08. 8. 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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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미터 위에서 지구를 보면…
[매거진 esc]
한겨레
» 정연두 작품, 금호미술관 제공.
한국현대사진 60년 반추하고 티베트 캄 감상하며 사진전시장에서 피서하기

장마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아이스크림은 줄줄 녹고 수영장은 뻥튀기 튀밥주머니처럼 사람들로 촘촘하다. 너도나도 휴가 떠날 채비를 한다. 떠나지 않고도 떠난 이들이 겪는 낯섦을 경험할 방법은 없을까? 도시에서 실속 있는 휴가를 보내는 법은 없을까? 경비도 절약하고 재미와 공부가 더해지는 색다른 문화휴가 비법이 전시장에 있다.

각종 공장들을 화려하게 표현한 ‘공장’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서 사진전문 갤러리, 미술관들이 알차고 시원한 사진으로 사람들을 손짓한다. 카메라를 메고 가족과 함께 사진전 나들이를 떠나보자.

<한국사진의 선구자들>을 쓴 사진 평론가 박평종씨는 두 가지 전시를 추천한다. 오는 8월15일부터 10월26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현대사진 60년 1948~2008’과 오는 8월17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하는 ‘포토 온 포토그래프(PHOTO on PHOTOGRAPH)’이다.

‘한국현대사진 60년 1948~2008’은 한국현대사진 60년을 시대별로 정리했다. 시대별 대표 작가 100여명의 350여 작품을 전시한다. 과거 한국의 역사적 순간들이 원로 작가의 손때가 묻은 흑백사진으로 다가온다. 임응식·정범태 등 50년대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과 강운구·구본창 등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오형근·윤정미 등의 색다른 시각도 눈을 즐겁게 한다.


» 탁기형 작품, 갤리리룩스 제공.

» 정범태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71년 마포구 염리동 선거포스터 앞에서 노닥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정범태 작품)은 역사의 기록으로 손색이 없다. ‘한국현대사진 60년 1948~2008’이 옛날을 반추하는 전시라면 ‘포토 온 포토그래프’는 현재의 한국이다.


정연두·백승우·원성원·이명호·박형근 등,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 작가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한여름 단잠 속에 등장하는 풍경이 정연두씨 작품에 녹아 있다. 휘날리는 큰 머플러는 작가가 새긴 허구의 시간과 현실의 충돌이 담겨 있다. 실제 나무 뒤에 큰 천을 설치하고 찍은 이명호씨의 작품은 현실의 나무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 강상훈 작품, 일민미술관 제공.
기계비평가로도 유명한 사진평론가 이영준씨는 ‘공장 팩토리’(工場 Factory)라는 조금은 특이한 이름의 전시를 추천한다. 오는 8월17일까지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강상훈·구성수·백승철·장용근·이정록 다섯 작가가 1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가내공장, 대형화된 산업단지, 제조공장 등을 화려한 색감으로 혹은 잘 짜여진 사진 구도로 표현했다. 인천 남동공장과 70년대 삶의 흔적이 남은 성냥공장, 비좁은 닭장 등 조금은 엽기적인 풍경이지만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으나 잊고 있었던 그곳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이 밖에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유명한 작가 성남훈씨가 오는 7월29일부터 9월12일까지 ‘연화지정’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연다. 티베트 동쪽 지역 ‘캄’을 찍은 사진이다.

이 지역은 7천명의 비구니가 사는 곳이다. 외부에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 성남훈씨의 분쟁지역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몇 해 전부터 작업해 온 아시아 여성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제주도 해녀를 아시아적 노동가치란 측면에서 찍었는데, 아시아의 정신적인 측면도 탐구해 보고 싶었다.”


» 성남훈 작품,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미켈란젤로 그림같은 ‘하늘에서 본 세상’

색다른 풍경의 다큐멘터리 작업도 전시를 찾는 이들을 유혹한다. 경력 20년의 사진기자 탁기형씨가 2002년부터 5년 동안 작업한 유라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의 하늘과 바다를 ‘하늘에서 본 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에 내놓았다. 1만 미터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은 붉고 푸르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고혹적인 그림처럼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오는 7월30일부터 8월5일까지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다.

한차례 여러 전시장을 탐방하고 나면 또 그곳을 찾고 싶어진다. 마치 한번 반해버린 여행지가 떠나오면 한없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사진의 매력 때문이다. 2008년 피서는 전시장의 사진들과 함께 ….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기사등록 : 2008-07-30 오후 10:50:53 기사수정 : 2008-08-01 오전 10: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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