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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수술,,,휴직 그리고 이혼...또 복직...

세상살이이야기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09. 2. 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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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참 독특했다. 처음 만남부터...

그놈을 만난건 대학입학후 처음 신입생 소개시간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상투적인 인사말로 이어졌는데

그친구는 단상에 올라가더니

뭘보여 드릴까요? 그러더니 갑자기 바지 허리띠를 막 푸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다들 놀라고 웃기고... 한바탕 소동이 났다. 선배들도 못말리는 놈이 들어왔다고 하고...

 

재수해서 입학했는데 별로 나이든 티도 안내고

교회다닌다면서 담배피고 술마시고...

전영록닮은 깔끔한 외모에 서울 깍쟁이같이 보였지만

의외로 성격은 소탈하고 인간적이었다.

알고보니 고향은 경상도 시골인데 중학교때부터 서울로 전학와서

계속 서울에만 살아서 반은 서울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나하고 가장 친해져서 같이 잘 어울려 다니고

내가 사는 자취방에도 자주 놀러왔다.

같은과에 그놈 고교후배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셋이 친했고

나랑 그놈은 반말하고 후배는 그놈한테 존대말하고...

후배는 또 나한테는 반말하고 이상한 관계였지만

 

그놈은 재수시절에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다.

여자친구는 서울출신이었지만 소박하고 참 착했다.

그 여자친구랑도 가끔 어울리곤 했다.

 

80년대 군사정권시절아래 맨날 데모로 날을 새고

청춘의 아름다운 낭만이란건 사치이고 퇴폐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였지만

그 친구는 아랑곳없이 일본노래도 좋아하고

내가 잘모르는 가수들 노래도 녹음해서 갖다주곤 했다.

시인과촌장이니....오마이줄리아니...

 

그러다 2학년 마치고 난 군대가느라 휴학을 하고

시골에서 방위생활 하는동안 그친구는 졸업을 하고

간염때문에 군대를 면제받아서 대학원을 진학했다.

3학년 복학해서 대학원 다니면서 교수 조교하는 그놈을 다시 만나서

예전처럼 친하게 다시 지냈다.

둘이 싸구려 술집에서 술이 취해서

내 자취방으로 돌아가다가 학교 쓰레기장에 쓰러져 뒹굴기도 하고

점심굶을까봐 그녀석 교회가서 헌금 천원내고

점심 실컷 먹고 교회 담장옆에서 담배도 피고...

일없이 여대앞 거리에 앉아서 오가는 여학생들 다리 구경도 하고...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 나도 그놈도 취직을 했다.

나는 일반회사로... 그놈은 은행으로...

그리고 그놈이 먼저 그 여자친구랑 오랜 연애끝에 결혼을 했고

처가집 건물에 같이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

이쁜 딸도 한명 낳았고...

 

나도 뒤늦게 결혼을 했고...서로 회사생활 가정생활에 빠져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회사가 가까워서 가끔 점심시간에도 보고

밤에 술자리도 어쩌다 하기도 했는데

 

천성적으로 갖고 있던 간염때문에 가끔 회사를 쉬는것이었다.

겉보기는 멀쩡한데 그 만성간염이 잘 안낫나보다...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날인가 위암수술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휴직...

투병생활 하느라 가정이 엉망이 된것 같았다.

친구들이 나름데로 돈도 좀 모아주고 했지만

그 와중에 부모님같이 돌봐주던 장인장모 돌아가시고

친어머니 돌아가시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는지...정신과 출입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집으로 찾아갈까 했지만 몰골이 흉하다고 부득불 오지마라고

하는통에 가보지도 못하고 그놈 집사람과 통화만 했다.

다행이도 집사람은 졸업후 계속 학교 교직생활 하느라

생활은 유지가 되는듯 보였는데

그놈이 뭐를 어떻게 잘못했는지...

어느날 이혼을 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가서 혼자 살고 있다는 거였다.

자기 누나가 가끔 들러서 돌봐주고...

 

친구들은 갑작스런 그친구의 인생유전에

놀라고 충격이었다.

가끔 연락해보면 가느다란 소리로 그저 잘있다고만 하고...

웃기만 하더니...

몇달 연락이 없다가....

 

어제 전화가 왔다.

나도 놀랬다. 그놈이 먼저 전화한적이 없기에...아프고 나서는...

그런데 더 놀랐다.

그 몸으로 은행에 복직해서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몇달 되었다니....

지난주에도 항암치료 받고 왔다고 태연히 말하는 소리에

뭐라 말해줄수 없이 먹먹했다.

 

어제

하필이면 우리회사 같은 팀의 폐암4기 투병중인 직원이

오랫만에 회사 나와서 나하고 이야기 하는 중에

그놈 전화를 받고보니 참 묘했다.

후배직원도 내 이야기를 듣더니

위암수술한 사람에게 이혼까지 했다는게 놀랍다고...

침울해 했다...

 

짧은 인생...

우여곡절,,, 인생사 참 힘든것 같다.

친구들과 연락해서 그놈 가까운 시일에 한번 만나보기로 했는데

기다림 반 두려움 반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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