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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12일 / 그 아침의 목마른 사막엔 짐승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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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09. 11. 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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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침의 목마른 사막엔 짐승들뿐             07/12 12:37   108 line
그 아침의 우울...
눈을 뜬다.
창문밖으로 부산한 서울이 열린다.
차소리 음식냄새
지난밤의 찌꺼기들은 하수구로만 흘러가고
퀴퀴한 이부자리 
꿈속에 흘린 눈물로 눅눅하다.
꿈은 항상 추억으로 고향으로만 달린다.
잊고 지냈던 소녀의 얼굴, 지치고 병드신 어머니 얼굴이
깨어나도 생생하다.
후........
아........
라디오에서는 활기찬 아침 어쩌구 떠들지만
냉장고의 차가운 물을 병째 들이켜도
눈꺼풀이 자꾸 내려 앉는다.
방바닥에 뒹구는 잡지를 집어들고
화장실 변기위에 앉는다.
멍하니 벽만보다가 잡지를 펼쳐든다.
...여름에 떠나기 좋은 곳......어,디,라,구
글자들이 흩어지고
변기속으로 떨어지는 삶의 흔적은
일그러진 내 모습...
플라스틱 세숫대야에 물을 담는다.
물속에 흔들이는 꺼칠한 남자의 얼굴
이를 닦다가 울컥 헛구역질이 난다.
간밤의 알코올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른다.
거울속에도 물기젖은 남자의 얼굴
붉게 충혈된 눈동자
어디에 남아있나 아버지의 얼굴은...
방안 한구석에 구겨져 놓여있던
셔츠를 걸쳐입고 집을 나선다.
저만치 골목길을 앞서가는 여학생들의 교복이 하얗다.
난 너무.....나이를 먹어....소녀를 사랑할 수 없지...
...혼자는 더럽게 외로워?
지하철 플랫폼엔 벌써 휘청거리는 긴 사람들의 줄
그 끄트머리에 나도 서서 신문으로 부채질을 한다.
마음속의 상념이 어둠으로 빨려들어가는
지하철 4호선
어색한 시선들은 서로의 살갗이 닿는걸 피한다.
그러나 남자들의 시선은 
여자들의 종아리에 가슴에 쏠려있고
여자들은 공작처럼 도도하다......
남자들의 서글픈 욕망은 애써 신문을 펼쳐들 뿐이지.
신문속 가득
어디 남녘의 바닷가에 벌거벗은 여인들.
아침은 
어디에도 없다.
여자가 있고 방이 있고
더블침대가 있다.
돈으로 여기 오는건 싫은데..
그러면서도 여자는 돌아서서 옷을 벗는다.
불은 끄지마. 어두운건 싫어.
......촛불을 끄지마아 외로운건 싫어......
삼십 몇도의 두 몸뚱아리가 얽혀도 땀은 흐르지 않는다.
갈증난 사막을 헤메는 지친 짐승의 헐떡이는 숨소리뿐.
창문으로 지나가는 질주하는 자동차.
......야 차에서 해봤니?.....해는 커녕 별도 없어.....
......우리의 안드로메다는 어디에 있지?
원래 둘이던 둘이는
다시 떨어져도 둘이다.
남자는 외로워 담배를 피우고
여자는 외로워 화장을 고친다.
휴지통 속으로 던져지는 수억의 후손은 모나리자 휴지에 쌓여...
그때가 기억나니...?
그럼 오빠 나 사실 그때 별루 경험없었어.
지금은 머 베테랑이냐.
...지,금,은, 언제나 싫어...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촉수 낮은 샹들리에에도 눈부신 그녀의 하얀 얼굴이
빨간 입술이 
슬프다. 그녀의 굵어진 허리도.
...결혼 안해?
...둘이는 떨어져도 둘이인데...
잘가...또 와.
내 지친 월급통장에 몇 푼 남은 금화....?
택시..........
......................비,,,
장마는 끝났나부다.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목마르다.
사막엔 
지친 짐승들의 헐떡이는 숨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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