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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넘기신 아버지 생신 ... 고향을 다녀오다

세상살이이야기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23. 6. 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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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생으로 구순을 넘기신 아버지 생신이 평일이라 미리 주말에 집사람과 고향을 다녀왔다.

아이들은 알바 때문에 놔두고 둘만 다녀왔다.

매번 갈때마다 너무 멀어서 운전하느라 진이 다 빠진다.

어머니 계실때는 하룻밤 자고 왔는데... 요즘은 주로 당일치기다.

아직 나도 집사람도 일을 하고 있고 주말 이틀을 다 보낼수는 없고

다른 일도 있다는 얄팍한 핑계로....

이번에는 가족들이 다 따로 다녀왔다. 여동생네가 먼저 다녀가고

내가 다녀가고 다음날은 큰형이...

 

날씨가 어찌나 쨍한지 잠시 밖에 텃밭을 돌아보는데도 등짝이 벌겋게 불타는 듯 하다.

아직 습도가 낮아서 후텁지근하진 않았지만 햇볕이 강렬하고 따갑다.

텃밭에는 옥수수가 키넘게 자랐고 그 사이에 상추랑 시금치랑 쑥갓이 가득하다.

이웃에 좀 나눠주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절대 그러시지 않는다.

상추도 시금치도 너무 무성히 자랐고 쑥갓은 아예 꽃이 피었다.

고추는 전에보다 작게 심었는데 가지같은 고추는 어디서 구하혔는지...

수박도 심어셔서 주먹만한 수박이 귀엽게 달려있다.

 

형님이 심어놓은 아로니아 나무는 잘도 자라는데 아직 열매가 안달렸고

텃밭의 보리똥 나무는 작년에 가지치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별로 달리지를 않았다.

앞집 담장에 앵두나무는 앵두가 가지가득 달렸는데 아깝게 그대로 떨어지게

생겼다... 더운 날씨에 동네가 조용하다. 

아니 낮잠잠깐 자는데 앞집 닭장의 닭들이 때없이 울어대고

앞집 아저씨가 풀자르는 기계를 돌리는지 윙윙 거리는 통에

잠을 설쳤다... 그기다가 오가는 새들도 어찌나 시끄럽던지...

 

집뒤의 초등학교를 올라가보니 우리집과 경계에 언제 설치했는지 담장이 설치되었다.

진작좀 만들지... 예전에 학교에서 테니스공이랑 축구공이 자주 넘어오고

공줏으러 아이들이 마구 넘어오기도 했는데... 이젠 그럴일이 없겠다.

 

아버지는 아직 한창 뜨거운 시간에 들에 심어놓은 고구마 물주러 가신다고

한창 낫갈고 준비하시다가 전동 휠체어 타는데 옷이 걸려서 

빼달라고 소리지르시고.... 들에 다녀와서는 장이 안좋은 탓인지 옷을 다 버렸다고

해서 새옷가져다 드리고 물수건 갖다 드리고...

옷을 버리라고 하니까 아깝다고 직접 손세탁하시겠다고 해서 

결국 화장실에서 한참을 하신다.

 

먼 들에는 농사하지 말라고 해도 안들으시고....

뜨거운 시간에는 나가지 말라고 해도 안들으시고...

다녀와서는 충전 코드가 없어졌다고 애먼 큰형에게 화를 돌리신다.

찾아보니 창고 바닥에 그대로 있는데도...

 

여전히 하고싶은 말은 거침없이 하시고 듣고 싶은것만 들으시고

고쳐볼려고 말씀을 드려도 귓등으로 흘리신다.

웬간하면 말을 안하는게 낫겠다싶다가도... 

그냥 애잔하다. 곧 나도 저렇게 될것 같아 두렵다....

난 불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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