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라산 윗새오름 등반 ... 초보 산행자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다.

그리운곳아름다운곳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11. 2. 16. 15:19

본문

겨울에 제주도 ... 따뜻하고 낭만적일거라는 생각만 했다.

한라산 등산... 윗새오름까지만... 1700미터라지만 그래도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코스보다는

덜 위험하고 괜찮을 줄 알았다.

난 여름 제주도 휴가와서 비바람 부는 폭풍속에 한라산 기슭길을 차를 달려봐서

제주도 산바람의 무서움을 알았지만

겨울 산행에 제대로 한라산과 제주도에서 난생처음 겪는 얼어죽을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처음 맛볼 줄이야.

 

지난 연말부터 자주 모여서 술만 마시던 무리들이 갑자기 한사람이 산에 취미를 붙여 다니더니

우리들까지 끌여들여서 산을 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서울 근교의 천마산같은데 다니다가 재미가 생겨서 충주까지 가서 충주호 주변 산에

갔다오더니

점점 맛을 들여서 설날 연휴에 2박3일로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하자는 제안을 등산 주동자가 했다.

 

다들 한라산 정상까지는 안되겠지만 그 밑에 오름정도야 괜찮겠지.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만 하고...

그래도 이것저것 장비도 챙기고 준비라고는 했지만

아무도 겨울 눈바람 부는 상황에서 등산을 해본 경험이 없었으니...

 

눈보라부는 한라산 기슭은

초속 14미터로 부는 바람과 세차게 내리는 눈보라와 영하 15도의 날씨에

체감온도는 아마 30도 이하까지 떨어지는 듯 했으며 한치앞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자칫 길을 잃고 헤메다가 얼어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가져왔으며

허허벌판 사지에 혼자만 남아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극한적인 상태까지...

 

산행 초보자들이 겪기에는 너무나 준비도 안되있었고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러웠으며

무작정 대피소가 나올때까지 기약없는 시간들이 얼마나 길게만 느껴지던지...

 

설날연휴

금요일날 회사일 마치고 대충 옷을 갈아입고 아침에 가져온 배낭을 매고 김포공항으로 이동...

공항철도는 한적하고 빨랐다.

밤에 제주도 도착해서 담앤루에서 편하게 하룻밤을 보내고... 야외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우리 7명은 다음날 아침에 산행길에 올랐다.

회사후배 세명, 협력사 사장 3명, 나...해서 일곱명...

 

돈내코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간단히 운동을 하고

아이젠과 스패치를 신고 ... 나름데로 등산복을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기슭까지는 날씨도 온화했고 바람도 별로 안불고 조금 걸으니 덥고 땀까지 나기 시작한다.

 

바닥에는 눈이 수북하지만 그 위의 나무들은 푸른잎이 그대로... 이게 제주도의 정취인가 싶었다.

가끔 오가는 사람들...

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길은 완만하고 힘들지 않았고 주위 경치도 즐겨가면서 올라가고 있는데

맞은편에 오는 사람들이 능선에 칼바람이 분다고만 해서 그저 바람이 쎈가보다 라는 생각만 했다.

의심하기에는 산을 넘어오는 사람들 복장이 전혀 이상도 없고 눈맞은 흔적도 없었으니...

 

아마도 그때까지는 산위의 날씨가 바람만 불뿐 괜찮았나보다...

 

그러던 것이 나무의 키가 낮아지고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할때쯤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하는 거다.

몸무게가 가벼운 내 몸이 그냥 맞으면 몇걸음씩 뒤로 물러설 정도의 강한 바람...

다들 강한 바람에 어찌할줄 몰랐지만 일단은 더 올라가보기로 했다.

 

중간에 전망대에서 도저히 손이 시려워서 어쩔줄 몰라하니

같이간 후배 한명이 등산용 두툼한 장갑 하나를 나하고 바꾸었다.

내 손의 장갑은 여름용인데 강한 바람에 너무나 시려워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후배의 장갑을 낀 손으로 스틱을 딛고 다른 손은 아예 바지 주머니에 넣고 올라갔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야 겨우 손의 감각이 돌아올 정도였고

잠시라도 전화를 걸거나 사진기를 꺼내면서 장갑을 벗는 순간

손에 감각이 없어지고 동상이 걸릴것 처럼 시리고 아팠다.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바람은 눈까지 섞여서

마치 얼굴에 누군가 쎄게 모래로 뺨을 후려치는 듯 했고

입에서 나오는 입김은 금방 얼어붙어서 얼굴을 가린 가리개가 꽁꽁얼어붙어서

쇠처럼 딱딱해지기 시작했으며

눈썹에까지 얼음이 맺혀서 눈도 제대로 못뜨고 안경에 서리가 쌓여서

가뜩이나 안보이는 앞이 더 안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다들 돌아가자는 말도 안하고 바보같이 올라만 가는 거였다.

길위에는 수북히 눈이 쌓이고 눈보라에 1미터 앞도 안보였으며

그저 눈위에 드러난 깃발과 등산길 표시하는 빨래줄만 의지해서

몸은 잔뜩 움추리고 발바닥만 보면서 걷고 걸어도

바람은 잦아들줄 몰랐고 ... 바람은 더욱 거세게만 불었고

눈보라도 멈출줄을 몰랐다.

 

같이간 주동자는 그래도 산행경험이 많아서 상황판단을 위해

중간정도에 있는 통제소에 물어보니 한 1킬로 남짓가면 대피소가 나온다는 거라 하면서

날씨가 안좋으니 올라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름데로 꽁꽁 싸맨 우리 복장을 보고 전문가라 판단했는지.... 아니면 그 위의 산꼭대기

상황을 몰랐는지...

 

계속 가는데 일행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빨리 가는 사람은 앞에서 보이지 않게 가버렸고

뒷사람은 어디쯤 오는지 보이지도 않고

사방은 온통 하얀 눈천지에 강한 눈보라뿐...

겁도 나고 두려웠지만 누구하나 나를 도와줄 사람도 안보이고... 설사 있다고 해도 자기 올라가기

바쁘지 나를 어떻게 해줄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바람에 휘청거리면서 ... 얼굴을 때리는 바람을 옆으로 피하면서... 한걸음씩 한걸음씩

희미하게 보이는 정상쪽으로 갈수밖에...

 

바닥에 눈은 쌓여서 길이 어딘지는 몰랐지만 등산로는 그래도 사람들이 밟은 덕분에 바닥이

다소 딱딱해서 구분이 갔고 그나마 드문드문 꽂힌 깃발과 줄이 보이는 걸 이정표 삼아

갈수밖에 없었다.

나중 생각하니 길에서 이탈해서 어디 낭떠러지 떨어지지 않은게 정말 하늘이 도왔나 싶었다.

 

몇시간을 그렇게 사투를 벌인듯 느껴질 즈음...물론 시간은 얼마 안지났겠지만

대피소가 나타났고 그앞에 산행을 이끈 우리팀의 주동자가 손짓하는게 보였다.

얼마나 반갑고 안심이 되던지...

 

평궤대피소...

눈속에 파묻힌 대피소 입구를 눈을 헤쳐서 겨우 들어가니

좁은 대피소안은 바람을 막아주어서 그런지 의외로 훈훈하고 견딜만 했다.

다들 옷과 장비를 정비하고... 내 옷차람이 춥다고 주동자가 자기가 준비한 겉옷을 내게 준다.

간단히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그사이 아침부터 속이 안좋다는 한 후배는

그 눈보라 속을 뚫고 영하 십몇도의 날씨에 바깥으로 나가서 볼일을 보고왔다....

 

다시 대피소를 나서서 한참을 눈보라를 뚫고 가는데

나름데로 체력이 좋은 세명은 앞서가서 보이지를 않았고

뒤에 처진 나와 후배두명 그리고 주동자가 같이 가다가

갑자기 후배 한명이 다리에 쥐가 났다면서 쓰러지는게 아닌가....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일단 길옆에 보이는 통제소 같은 건물 옆에 옮겨다 놓고 보니

통제소는 문이 잠겨있어서 들어갈수도 없었고 바람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인 장소였다.

다리를 풀어주고 일단 다른 통제소에 전화를 했는데 조금 더 가면 몇백미터 내에

대피소가 있다고 알려준다.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그 날씨에 누가 구조하러 올수나 있을래나...

 

다행이 그 후배가 회복을 해서 ... 주동자가 쓰던 고글을 빌려주고 해서 겨우 다시

갈수 있었다.

다시 눈보라속을 한치앞도 안보이는 길을 걸어가니 "대피소입니다" 라는 목소리...

 

지옥에서 천국을 만난듯...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좁은 대피소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건물 마다 바글바글 했다.

이날씨에 이렇게나 많이 산에 오르다니...

좀 어리게 보이는 학생같은 사람들도 보였고...

 

윗새오름 대피소에서 뜨끈한 컵라면 국물을 먹고나니 다시 정신이 좀 돈다.

대피소측에서는 날씨가 더 나빠진다고 빨리 하산하라는 거다.

우리가 애초 갈 코스인 영실쪽은 위험하니 어리목으로 가라고 한다.

대피소에서 눈만 보이는 가면모자를 하나씩 사서 쓰고

장비와 옷을 정리하고 다시 눈보라속을 나섰다. 이미 다른사람들은 모두 떠난뒤였다.

 

아까처름 흩어져서 가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고글을 쓴 주동자가 제일 앞을 서고 그다음에 나와 쥐가 났던 후배가 서고

제일 뒤에는 체력이 그래도 제일 나은 사람이 서는 식으로 해서

한줄로 쭉 열을 지어서 내려갔다.

 

그덕분에 그나마 다들 불안한 마음이 진정이 되고... 일곱명이 같이가니 위안도 되고

힘도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눈보라에 눈이 잘 안보여서 안경을 닦아 가면서 앞에가는 사람 신발만 보고

무작정 걸었다. 다행이도 무릎이 아프거나 하지 않고 내리막 길인데도 다리가 괜찮았다.

하얀 설원... 히말리야 산속같은 풍경이 한참을 지나가고 다들 온통 꽁꽁얼고 하얗게

눈에 덮힐즈음... 드문드문 나무가 나타나더니 눈이 잦아 들었다.

 

이제 살았다....

나무가 울창한 기슭까지 내려와서야 정말 살았구나 싶었다.

그제야 여유를 찾고 사진도 찍고 농담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너무 추워서 작동을 안하던 사진기도 그때쯤은 작동을 하는 거였다.

그전까지는 사진이 제대로 안찍혀서 핸드폰을 몇장 찍었고

앞뒤 분간 못하는 상황에서는 감히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니.....

우리가 정말 위험하고 극한적인 상황을 헤쳐왔구나 싶었다.

산아래 어리목 관리사무소까지 내려와서 좀 쉬다가 버스가 못올라 온다고 해서

다시 한참을 아래로 더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제주 시내로 나왔다.

 

그다음은 스포츠맛사지를 받고 샤워를 하고... 돼지갈비를 먹고

숙소로 왔다...

 

한라산에 가자고 한 주동자는

멋모르고 다들 사지에 몰아넣을뿐 했다는 죄책감에 미안해 했고...

다들 난생처음 겪은 상황에 무용담을 늘어 놓았고...

이사람 저사람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번더 지나온 길을 몸서리치며

살아돌아옴을 기뻐했다.

 

다리에 쥐가났던 후배는 모자를 허술하게 준비를 해서인지

귀에 동상이 걸려서 다음날 제주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서울 와서도 며칠 병원을 다녀야 했다...

 

꼭 새겨야 할 겨울산행...준비....

 

1. 날씨확인... 아무리 산 아래는 날씨가 좋아도 산에서는 기상이 수시로 변한다,

                 강한 바람과 눈보라 대비

2. 고글준비... 눈보라가 몰아치면 한치앞도 안보인다. 그리고 눈을 뜰수가 없다. 고글은 생존에 필수

3. 방한복 방한모... 눈이나 비에 젖지않는 방한복 필수. 가볍고 따뜻한 여벌옷 한벌더 준비

                        얼굴을 통째로 덮어쓸수 있는 가면모자와 두툼한 방한장갑도 필요,

                        여벌있으면 더좋음

4. 스틱과 아이젠... 아이젠없으면 얼음길은 한걸음도 갈수가 없다. 몸의 힘을 덜어주고

                        눈길에 낭떠러지 여부도 알아볼수 있는 스틱도 여벌로 준비

5. 식량은 꼭 나누어 가져가라. 누구 하나가 전부 지고 가다가 헤어져 버리면 무얼 먹고 살아나...

    간단히 먹을수 있는 초코렛과 오이, 소세지는 필수이며 물은 배낭안에 한병더 넣고 가라.

    배낭바깥에 달고 가는 생수병...금방 얼어버린다. 차가운 물은 몸을 더 움추려들게 한다.

    배낭안에 보온병있으면 금상첨화... 화장실에서 컵라면 먹는 사람도 봤다.

    뜨거운 국물 먹을수 있다면 최고...

6. 모여서 가라. 떨어져서 걷지 말고 한팀은 숙련자가 앞장을 서서 같이 가라.

   그래야 서로 위안도 되고

    코스도 잘 찾아서 갈수 있으며 상황판단 하는데 뜻을 모을수 있고 여러모로 유리하다.

    흩어지면 죽는다.

7. 조금 날씨가 나빠진다 싶으면 빨리 결정해서 돌아와라.

    무모하게 계속 올라가는 것은 바보짓이다.

8. 보온내의, 기능성내의, 눈에 젖는 걸 방지하는 스패치등 여기저기 알아보고 좋은 장비를 준비해라.

    눈에 젖지 않고 발등을 덮는 좋은 등산화를 신어라. 양말도 꼭 여벌로 두어개 가져가라.

 

죽을 고생을 했으면서도... 한라산 눈풍경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산귀신에 씌었는지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순간... 다시 산을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다들 마구마구 생겨났다...

 

잊지못할 평생의 단한번 추억...

꼭 다른날에 우리가 올라갔던 길을 다시 가보고 싶다.

눈과 바람에 덮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길을....

 

돈내코 탐방길에서 윗새오름 오르는 길 입구... 날씨좋고 눈한점 없고... 닥쳐올 시련을 모른체...

소나무 빽빽한 산 초입길

아직은 평화로운 산행

누군가 만들어 놓은 외로운 눈사람

울긋불긋한 등산복... 눈보라 치는길에는 검은 옷 보다는 색깔있는 옷이 더 좋다. 눈에 잘 띄여서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평궤 대피소에서... 좁은 공간에 사람이 가득차서 열기에 뿌옇게 안개가 낀것처럼 보임... 정말 소중한 곳

아래쪽 산길은 눈 풍경이 정말 좋았는데...

바람이 몰아치는 산 기슭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키큰 나무가 없는 건지... 큰 나무가 없어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건지...

윗새오름 대피소를 지나 어리목 내려가는 길에 살아났다는 안도감에 다들 만세... 복장은 히말리야 등산폼

 

버스타러 가는길..... 차는 산너머에 있어서 다시 가지러 가야하고...

온통 눈으로 덮힌 내모습... 윗새오름에 도착했을때는 이 모양이 아니었다. 거의 우거지상.거지꼴이었음.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고난의 길... 차츰 사물이 안보이고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고...

내려갈때는 줄서서...

 

이 양반이 이번 등산의 주동자... 저 고글 때문에 다들 살아났다.

전망대에서 바람에 몸을 못가누고... 장갑 한짝씩 바꿔끼는 순간...

어리목 관리사무소...

 

윗새오름 정상전의 통제소... 저기서라도 말렸어야 했는데... 공익요원에게 물어보고 있는 주동자...

이사진은 지나가는 다른분이 찍어서 블로그에 올린걸 우연히 발견해서 받은 사진임... 감사합니다.^^

이 사진도 윗사진 찍은분이 올리신 것... 사방이 온통 하얗게 눈보라치고 저 안내줄이 생명선임. 

 평궤대피소에서 다시 기운차리고 나오는 우리를 다른분이 우연히 사진을 찍으셨다... 감사합니다. ^^

이것도 다른분이 찍으신 사진...

윗새오름 대피소... 수많은 생명을 살린곳...ㅎㅎ... 저기서 먹은 컵라면 국물이 천국의 맛이었지...

다음에는 백록담까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