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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괴산 대야산 나홀로 등산 ... 마지막 단풍, 길을 못찾아 종주 /201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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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13. 11. 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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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 급기야는 비가 쏟아지던 지난 토요일

100대 명산중의 하나인 문경의 대야산 등산에 나섰다. 나홀로...

산악회를 따라다니지 않다보니 등산좋아하는 동료나 선후배들과

날짜 맞추기가 힘들다. 주말에 개인 일정들도 많다보니...

나같은 경우는 등산이 가족들 행사외에는 제일 우선 순위인데...

 

마침 토요일이 지난 추석연휴에 세상을 떠난 대학동기 친구놈의 49일째 이기도 해서

49제도 올릴겸 겸사겸사 친구의 묘가 있는 문경 근처의 산을 찾다보니

대야산을 선택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나 지도를 보고 나름데로 코스를 잡아서

용추계곡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일정으로 대야산을 다녀온뒤

친구 묘소에 들렀다가 미망인 얼굴이나 보고 올라가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능선부터 표지판이 아예없고 낙엽이 수북한 길을 알아보기도 어려운 상황에

어찌하다보니 문경이 아닌 괴산쪽으로 반대로 종주해 버렸다.

곳곳에 급경사지와 밧줄이 있기도 하다가 없는 곳이 태반인 암벽과 암봉,

그리고 낭떠러지... 산은 험준했고...비까지 정상부근에서 내리기 시작해서

준비해간 식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려와야 해서...

친구의 49제를 제대로 톡톡히 치른 셈이 되어 버렸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흐린 날씨의 도로를 막히기 전에 빠르게 달려갔지만

워낙 먼거리다 보니 주차장에 당도해서 산을 타기 시작한 시간이 9시 30분...

주차장은 거의 비어 있었고 간혹 한두 팀 등산하는 사람들 외에는

거의 나홀로... 정상부근에서 단체로 대여섯명 온 한팀을 만난게 그나마 많이 본 것...

단풍철이 지나갔고 날씨가 흐리다보니 한적해져 버린듯 하다.

 

수량이 많이 줄었지만 아름다운 용추계곡과 계곡에서 능선으로 쭉 이어지는

길은 대체로 완만하고 평탄해서 걷기에 좋았지만 혼자 걷기에는 지루하게 길었다.

그래도 밀재(밀치)까지는 표지판도 있고 안내판도 있어서 찾아가기 수월했지만...

밀재 이후로는 산악회 리본 외에는 안내표지판이 하나도 없다.

간혹 소방서에서 세워둔 위험표지판외에는 길표시나 거리표시도 없고

멋지게 생긴 바위들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판도 없다.

 

정상이 바라보이는 능선까지는 거리는 꽤 멀었지만 마지막 경사진 길 외에는

크게 힘들지 않고 잘 올라왔는데...

정상 봉우리가 보이는 지점부터 정상까지는 수직 절벽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는

위험한 코스... 그래도 길지가 않아서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할수 있는 바위 절벽들이 곳곳에 있다.

 

빗방울이 후두둑 거려서 정상에 당도하자 마자 얼른 사진을 찍고 하산....

피아골로 내려가려 했는데 어디가 어딘지 길을 알수가 없다.

앞에서 하산하는 팀을 따라서 내려갔는데 가다가 그분들에게 들으니

중대봉으로 해서 괴산으로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코스지도를 보고 그럼 촛대봉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겠지 짐작으로

일단 그쪽으로 계속 갔는데... 길이 상당히 험하고 이쪽은 다닌 흔적이 더 없는 곳들이다.

산악회 리본도 간혹 달려있고... 나혼자 다른길로 갔다가 절벽을 만나서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중대봉 직전의 갈림길에서 그분들은 중대봉으로 올라가고 나는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이제사 제대로 가는 줄 알았는데....

 

배는 고픈데 비가 계속 오다말다 해서 마음이 불안해서 한곳에 오래 머물수가 없었다.

이젠 아무도 없고 길에 나혼자뿐... 길의 흔적은 아직까지 보이긴 하지만...어디로 가는지

알수도 없고... 사방의 봉우리와 능선을 쳐다보아도 그기가 그기같고...

마음은 불안했지만 눈은 대야산의 전경과 조망에 감탄하면서 계속 하산길로....

 

길은 가파른 길로 접어들어서 어느 순간 발디디기 힘든 바위사이로 지나가야 했고

나중에 그곳이 통천문이라는걸 알았다. 올라가기도 힘든곳이고 내려가기는 더 힘든곳...

 

능선따라 내려가다보니 어느순간 길의 흔적이 없어져 버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리본도 안보이고...

돌아가기는 너무 멀리 와버려서 일단 계속 내려가 봤다.

다행히 낙엽진 길은 미끄럽긴 해도 크게 위험하진 않았고 나무들도 빽빽하지 않은 잡목들 사이로

지나갈수는 있어서 계속 마음은 불안했지만 다른도리가 없어서 계곡쪽으로 내려가다보니

어느순간 큰 바위절벽을 지나가는게 아닌가....

급경사에 밧줄도 없다... 조심조심 한발한발 내려가니 그런데로 내려갈만 했는데

마지막엔 발 디딜곳이 없이 수직.... 네발로 기다시피 거꾸로 붙어서 겨우 다시 능선길에 내려섰다.

 

돌아다보니 까마득한 바위절벽... 아찔하기만 하다... 저기서 굴러 떨어진다면....

 

계곡이 나타나고 산 아랫방향으로 얼마간 갔을까... 다시 희미하게 길모양이 나타나고...

산악회 리본이 보이는게 아닌가.... 어찌나 기쁘던지.... 노란 산악회 리본이 이렇게 기쁘게

보인적은 없는 것 같다.

다음까페 "산하들" 산악회분들 감사합니다. ^^

그런데 이분들은 여기까지 와서 어디로 올라간 것일까....

 

계곡을 따라 다시 한참을 내려가니 길은 점점 넓어지고 확실히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보인다.

계속 걸음을 재촉하여 가다보니 풀숲에 작은 연못이 나타나는게 아닌가...

이런 숲속에 연못이라니... 나중에 알고보니 보덕암 아랫쪽에 있는 연못이었다.

아마도 인공으로 만든뒤 그냥 버려진듯... 고여있는 물은 혼탁했지만...

그래도 물위에 떨어져 있는 낙엽과 연못가의 빨간 단풍나무로 인해... 분위기가 환상적이었다.

그곳에서 부터는 빗줄기가 강해져서 얼른 비옷을 입고 배낭에 레인카바를 씌우고 

다시 하산길... 눈앞에 갑자기 포장도로가 나타나는게 아닌가... 휴 이젠 다 내려왔구나...

 

임도같이 넓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산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길따라 가다보니

길옆에 공터와 버려진 조립식건물도 나타나고...빨간 자동차도 보이고...

버려진 그 자동차는 다음에서 지도검색으로 해보니 인공위성 사진에도 보인다.

그렇지만 웬지 괴기스럽고 섬찟한 기분에 다가가보지는 못하고 멀찌감치서 구경만 하고

얼른 길을 재촉했다.

얼마간 더 내려가니 논밭들이 나타나고 멀리 마을도 보인다...휴....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눈앞에 경운기 몰고가는 동네 어르신도 나타나고...

마을에는 오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비가 거세어 져서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건물의 처마밑으로 일단 비를 피해서 들어갔는데....

간판을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괴산군 청천면 삼송3리...

촛대봉으로 해서 적어도 용추계곡 근처로 내려온줄 알았더니 완전 엉뚱한 곳으로 내려온 것이다.

아니 아예 대야산을 종주해버린 게 아닌가....

어쩐지 시간도 6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핸드폰과 디카로 많은 사진을 찍느라 좀 지체하긴 했어도

밥도 못먹고...기진맥진.... 날씨는 추워오고...

 

조금있다 보니 내 앞에서 중대봉으로 간 팀들이 회관앞 자동차에 오는것이 아닌가....

그분들께 부탁할까 하다가 용추계곡쪽으로 다시 가실것 같지가 않아서 포기하고...

인터넷 앱으로 콜택시를 검색해보니 다행히 면내에 콜택시가 있다....!!!

전화를 하니 기사아저씨가 충청도 사투리로 받는다....

빗방울 후두둑 떨어지는 회관의 처마밑에서 처량하게 오가는 동네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참을 기다리니 마침내 택시가 왔다... 면소재지에서 오느라 한참 걸렸다고..

 

용추계곡 주차장까지 택시로 가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거리상으로도 거의 20킬로 가까이

되는듯 하다... 나혼자 헛웃음이나 지을수 밖에....

택시비로 무려 4만원이나 지불,,,,ㅠ.ㅠ

그래도 와준것만 해도 어딘가 싶어서 아무말 안하고 건넸다.

주차장에는 다른 팀도 두어명 도착해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처음부터 올라간데로 다시 내려올걸 하는 아쉬운 기분,,,그래도 종주한 뿌듯함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비경을 많이 본 설레임도 있고...그리 나쁘진 않았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춥고 배고픈것 외에는...

 

그 사이에 친구 미망인이 연락을 하셔서 묘소 근처에서 만나서 둘이 같이 참배를 하고

내려와서 헤어졌다. 비내린 묘소가는 길이 어찌나 질척거리던지 갈아신은 운동화를 다 버렸다.

그게 친구의 마지막 하소연이자 한인듯 해서 더 마음이 찡하다...

친구의 묘에서 바라보이는 산에도 단풍이 들고 비안개가 가득하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 비는 내리고 어둠이 밀려오고... 길이 막혀서 중간에 국도로 빠져서

쉼없이 달려서 서울로 돌아오니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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