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늘어서 햇살받으며 그림자 드리우고
보도블럭 빠알간 길에 떨어진 꽃잎은
봄비에 젖어도 마르지 않는 외로움
아직 농부가 찾지않는 빈 들판엔 황새 한마리 하얗게
먼 하늘을 기다린다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민들레 노란 미소가
누구의 얼굴인지도 이젠 희미해진다
방 한구석에 먼지를 덮어 시들어가는 사진들은
한밤에 깨어나 눈물로 솟아나는 아픈 가슴의 깨어진 조각들
흔들리며 지나가던 깊은 산골의 긴 가지 끝의 진달래
그리움은 기적을 울리며 사라진다
바다는 아스라히 멀기만 하다
모래위로 부서지는 파도의 끝에 서도 멀기만 하다
사람이 살지 않고 기울어 지는 빈 집 우물가에
라일락 나무 한그루 하얀 향기를 날려도
난 사랑을 알지 못한다
너를 병들게 하였고 너를 지쳐 떠나보내면서도
병실의 낡은 커텐으로 너를 덮었다
일요일 오후 외로움이 가득 밀려오는 방안에
슬픔으로 켠 라디오에
고독한 노래가 가득하다
붉게 지는 태양은 먼 산 구름뒤로 사라진다
나도 사라진다 아주 사라지고 싶다
슬픔에 부서지고 외로움에 부서지고 자학에 부서지고
늙은 창녀의 영혼보다 못한 욕망의 부스러기를 잡아 버리지 못하면서
그래도 사라지고 싶다....아주
1997년 6월 26일 / 나를 힘들게 하는건 결국 내자신일 뿐 (0) | 2009.09.28 |
---|---|
1997년 6월 25일 / 97년 여름 장마 (0) | 2009.09.25 |
1997년 4월 11일 / 빈가슴에 다시 술을 붓는다. (0) | 2009.09.25 |
하이텔 시절 어느분이 보낸 편지 둘 (0) | 2008.07.14 |
하이텔 어느 아줌마의 푸념의 글... (0) | 2008.07.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