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침의 목마른 사막엔 짐승들뿐 07/12 12:37 108 line |
그 아침의 우울... |
눈을 뜬다. |
창문밖으로 부산한 서울이 열린다. |
차소리 음식냄새 |
지난밤의 찌꺼기들은 하수구로만 흘러가고 |
퀴퀴한 이부자리 |
꿈속에 흘린 눈물로 눅눅하다. |
꿈은 항상 추억으로 고향으로만 달린다. |
잊고 지냈던 소녀의 얼굴, 지치고 병드신 어머니 얼굴이 |
깨어나도 생생하다. |
후........ |
아........ |
라디오에서는 활기찬 아침 어쩌구 떠들지만 |
냉장고의 차가운 물을 병째 들이켜도 |
눈꺼풀이 자꾸 내려 앉는다. |
방바닥에 뒹구는 잡지를 집어들고 |
화장실 변기위에 앉는다. |
멍하니 벽만보다가 잡지를 펼쳐든다. |
...여름에 떠나기 좋은 곳......어,디,라,구 |
글자들이 흩어지고 |
변기속으로 떨어지는 삶의 흔적은 |
일그러진 내 모습... |
플라스틱 세숫대야에 물을 담는다. |
물속에 흔들이는 꺼칠한 남자의 얼굴 |
이를 닦다가 울컥 헛구역질이 난다. |
간밤의 알코올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른다. |
거울속에도 물기젖은 남자의 얼굴 |
붉게 충혈된 눈동자 |
어디에 남아있나 아버지의 얼굴은... |
방안 한구석에 구겨져 놓여있던 |
셔츠를 걸쳐입고 집을 나선다. |
저만치 골목길을 앞서가는 여학생들의 교복이 하얗다. |
난 너무.....나이를 먹어....소녀를 사랑할 수 없지... |
...혼자는 더럽게 외로워? |
지하철 플랫폼엔 벌써 휘청거리는 긴 사람들의 줄 |
그 끄트머리에 나도 서서 신문으로 부채질을 한다. |
마음속의 상념이 어둠으로 빨려들어가는 |
지하철 4호선 |
어색한 시선들은 서로의 살갗이 닿는걸 피한다. |
그러나 남자들의 시선은 |
여자들의 종아리에 가슴에 쏠려있고 |
여자들은 공작처럼 도도하다...... |
남자들의 서글픈 욕망은 애써 신문을 펼쳐들 뿐이지. |
신문속 가득 |
어디 남녘의 바닷가에 벌거벗은 여인들. |
아침은 |
어디에도 없다. |
여자가 있고 방이 있고 |
더블침대가 있다. |
돈으로 여기 오는건 싫은데.. |
그러면서도 여자는 돌아서서 옷을 벗는다. |
불은 끄지마. 어두운건 싫어. |
......촛불을 끄지마아 외로운건 싫어...... |
삼십 몇도의 두 몸뚱아리가 얽혀도 땀은 흐르지 않는다. |
갈증난 사막을 헤메는 지친 짐승의 헐떡이는 숨소리뿐. |
창문으로 지나가는 질주하는 자동차. |
......야 차에서 해봤니?.....해는 커녕 별도 없어..... |
......우리의 안드로메다는 어디에 있지? |
원래 둘이던 둘이는 |
다시 떨어져도 둘이다. |
남자는 외로워 담배를 피우고 |
여자는 외로워 화장을 고친다. |
휴지통 속으로 던져지는 수억의 후손은 모나리자 휴지에 쌓여... |
그때가 기억나니...? |
그럼 오빠 나 사실 그때 별루 경험없었어. |
지금은 머 베테랑이냐. |
...지,금,은, 언제나 싫어...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
촉수 낮은 샹들리에에도 눈부신 그녀의 하얀 얼굴이 |
빨간 입술이 |
슬프다. 그녀의 굵어진 허리도. |
...결혼 안해? |
...둘이는 떨어져도 둘이인데... |
잘가...또 와. |
내 지친 월급통장에 몇 푼 남은 금화....? |
택시.......... |
......................비,,, |
장마는 끝났나부다.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우리는 여전히 목마르다. |
사막엔 |
지친 짐승들의 헐떡이는 숨소리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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