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태어나셔서 격동의 세월 다 겪어시고
마지막까지도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시고 사셨는데
지난 늦가을 집에서 넘어지셔서 다리 골절로 입원하신지
4개월 남짓만에 바삐 떠나셨다.
입원초반에만 해도 상태가 워낙 안좋아지셔서
다들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한때 상태가 호전되어서 불과 2주전만 해도
또렷이 가족들 알아보시고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뭐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여러가지 지표들도 좋아지셔서
병원에서도 놀랄지경이었다.
대목 설날도 넘기시고 입춘도 넘기셔서 봄날에는 퇴원하시거나
재활치료 들어갈수 있을거라 희망을 가졌는데
형이 직전 주말에 문병다녀오고 나서 월요일 새벽에 갑자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힘드실것 같다고.
황급히 채비를 해서 병원을 가는 도중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병원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듯이 새벽까지도 주무시듯 계시다가
조용히 영면 하신듯 하다.
크게 고통없이 가신게 다행이지만
입원내내 말씀도 못하셔서 마지막 유언도 못하시고
봄까지 버티실줄 알았던 터라 황망하긴 매한가지....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입관할때는 눈물이 절로 솟아난다.
625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이시고
마을에서도 새마을지도자 이장까지 하시면서
오남매 잘 키워주시고 나중에 손자까지 돌봐주시면서
반평생 중풍든 몸으로 반만쓰시는 불편한 몸으로
자식들 돌봄도 제대로 못받으시고 요양사 보조만 받으시면서
사시다가
어머니 떠난지 구년만에 어머니 곁으로 가셨다.
자식들 생각해서 바삐 떠나신걸까.
추운날 다 지나고 날씨가 좋아지는 날 고르신걸까.
발인날에 눈이 펑펑 내려서 마지막 상여대신 꽃길같은
설국속에 모시면서
눈이 비되어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가운데
어머니 옆에 안장되셨다.
고향분들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봄가뭄 해갈해주셨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장례치르는 3일동안이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가족들 집안 조카들까지 한마음으로 같이 해서
슬픔을 나눌수 있었고 힘든것도 좀 잊을 수 있었다.
때맞춰 아버지가 기르시던 강아지도 동네에서 맡아 주시겠다는 분이
계셔서 다행히 잘 넘겨드렸다.
아버지가 혼자 계실때나 병원에 계실때 늘 잘 모시지 못하는
마음에 한구석에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에 맺힌듯 지내며
일상이 흔들리고 휘청이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허전함과 죄송함과 아쉬움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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