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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4월 20일 / 봄비에 젖어도 마르지 않는 외로움

하이텔시절 글모음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09. 9. 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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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 늘어서 햇살받으며 그림자 드리우고

보도블럭 빠알간 길에 떨어진 꽃잎은

봄비에 젖어도 마르지 않는 외로움

아직 농부가 찾지않는 빈 들판엔 황새 한마리 하얗게

먼 하늘을 기다린다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민들레 노란 미소가

누구의 얼굴인지도 이젠 희미해진다

방 한구석에 먼지를 덮어 시들어가는 사진들은

한밤에 깨어나 눈물로 솟아나는 아픈 가슴의 깨어진 조각들

흔들리며 지나가던 깊은 산골의 긴 가지 끝의 진달래

그리움은 기적을 울리며 사라진다

바다는 아스라히 멀기만 하다

모래위로 부서지는 파도의 끝에 서도 멀기만 하다

사람이 살지 않고 기울어 지는 빈 집 우물가에

라일락 나무 한그루 하얀 향기를 날려도

난 사랑을 알지 못한다

너를 병들게 하였고 너를 지쳐 떠나보내면서도

병실의 낡은 커텐으로 너를 덮었다

일요일 오후 외로움이 가득 밀려오는 방안에

슬픔으로 켠 라디오에

고독한 노래가 가득하다

붉게 지는 태양은 먼 산 구름뒤로 사라진다

나도 사라진다 아주 사라지고 싶다

슬픔에 부서지고 외로움에 부서지고 자학에 부서지고

늙은 창녀의 영혼보다 못한 욕망의 부스러기를 잡아 버리지 못하면서

그래도 사라지고 싶다....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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