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어머니의 손맛,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굴곡진 삶

세상살이이야기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16. 9. 27. 14:15

본문

** 모방송국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내 블로그 글보고 작가님이 연락을 주셔서 방송취재 될뻔 하다가

    결국 여건이 안맞아서 안하게 되었는데... 어머니의 손맛의 비밀이라는 글 ... 방송은 안하지만

    내 블로그에나마 올려본다... 어머니를 추억하며... 

 

 

 

농사짓느라 투박하시고 작은 손으로 무거운 짐도 척척 옮기시고,

비좁고 어두운 부엌에서 주로 나무로 불을 때서

밥짓고 반찬 만드시는데 부엌은 신기한 보물창고 같았고

어머니 손은 세계 제일 요리사 손 같았습니다.

 

투박하고 작은 손으로 음식만들 재료도 별로 없는 시골에서

무엇이든 어머니 손만 거치면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이

 

되곤 했습니다. 어머니 손맛은 사랑과 정성의 손맛이고 굴곡진

인생이 담긴 한많고 정깊은 손맛이라 생각됩니다.

 

 

어머니 음식이 처음으로 그립던 건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큰도시로 자취생활 나와서 처음을 밥을 했는데

연탄불,석유곤로를 처음 써보고  요리도 처음 해보다 보니

삼층밥에 상해버린 반찬을 놓고 식사를 하다보니

어머니 해주신 음식이 간절했습니다.

 

한달에 두어번 시골집 갔다올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바쁜 농사철에도 아들 왔다고 꼭 밥과 반찬을 해먹여서

보내시고 싶어하는 어머니께서는 버스시간 임박해서도

급히 식사를 차려주셨습니다.

시간없다고 짜증내면서 두어숟가락 먹다말고

버스타러 나왔는데 참 후회됩니다.

 

 

도시의 낯선 냄새와 분위기에 주눅들고 전혀 입에 맞지 않는

음식때문에 자취생활 내내 어머니 음식이 그리웠고

어느집 어느 식당을 가도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닝닝하거나 냄새가 나거나

껄끄러웠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결혼해서도 집사람이 해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오래 고생했지요.^^

 

특별재료나 조미료 쓰지 않고도 뚝닥뚝닥 만들어 주시는걸

보면 참 신기하고 어머니가 우리 몰래 뭔가 요리에

넣으시는건가 했지요.

 

 

재료가 귀하던 시절이다 보니 그시절 유행하던 미원이니

미풍이니 하는 조미료를 어머니도 쓰셨지만 대부분

집에서 농사지은 고추나 마늘만으로도  음식맛을 잘 내셨습니다.

집에서 담근 된장이나 간장도 그기에 덧붙였구요.

어머니는 특이하게 멸치를 쓰시는데 머리와 똥을 모두

음식에 넣어서  만들었는데 그게 음식맛을 독특하게 하신것

같습니다. 특히나 쌀을 씻으시면 쌀뜬물을 버리지 않고

그걸로 국이나 찌개를 끓이셨는데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 같습니다. 모든것이 귀하던 시절이라서 아끼고

재사용하고 하시다 보니 자연스레 음식에도 그 마음이 스며든듯 합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호된 시집살이 시어머니 눈치 보느라

음식을 하면 그분들에게 우선 좋은 것 드리고 남은 것을

자식들에게 줘야 하다 보니  재료는 부족한데 양은 채워야 하고...

어머니만의 비법으로...

그시절 누구나 좋아하던 달걀찜을 하시면 밀가루를 섞어서

위에 뜬 달걀은 할머니랑  아버지 드리고

자식들은 가라앉은 밀가루에 스며든 달걀맛이라도 보게 하셨고,

갈치찌게를 하셔도 몸통은 어른들 드려야 해서 꼬리를 감춰 두셨다가

따로 부엌에서 불러서 먹여주시던 기억도 납니다.

라면도 귀했는데 가끔 끓여주실때도 국수를 섞어서

양을 맞추시고 라면은 우선 어른들 드려야 하니까

 

모자라지 않게 배분해주시느라 고생하시던 생각도 납니다.

 국수에 스며든 라면맛... 저희는 온전히 라면맛을 본게

자취생활 하면서부터 였던것 같습니다.

 

 

술빵이라고 밀가루에 발효시키느라 막걸리를 넣고

삭카린을 넣어서 쪄서 만든 빵이 있는데 막걸리 때문에

다들 그 빵먹고 술에 취해서 기분이 좋았던 에피소드도 있구요.

집에서 담근 막걸리 찌쩌기가 남으면 아까워서 그기에도

삭카린 넣어서 자식들 먹였는데 다들 그것 먹고

술취해서 한나절 헤롱거리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시래기에 동네 개울에서 잡은 물고기 넣고 국수도 넣어서

끓여주시던 추어탕은 여름철 별미였습니다. 손으로 만드신

칼국수 먹을때 칼국수 하고 남은 밀가루 조각을 불에

구워주시면 그것도 별미였지요.

 

겨울철에 유과나 강정 만드시느라 해놓으신 조청단지

몰래몰래 퍼먹다가 한단지 다 퍼먹어서 혼났던 생각도 나네요...

 

요즘들어서 옛날 음식들이 건강이다 웰빙이다 해서 각광받는데,

가만히 보면 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었습니다.

막상 먹어보면 어머니의 손맛하고는 달라서 추억을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 도리어 이건 아니네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시래기국 수제비 칼국수등 그시절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을 요즘 먹어보면 그맛을 다시 느낄수가 없어서

더욱 그립습니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사랑의 맛인데... 아무리 제일가는 요리사도,

우리 집사람도 여동생도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맛이었지요.  말년에 눈도 어두워지시고 감각도 둔해지셔서

너무 짜거나 태우거나 하시느 모습을 보면서는 더욱더

건강하실때 잘해주시던 음식맛이 그립구요.

 

평생을 부엌에서 떠나지 못하시고, 자식들이 제대로된

삼시세끼 못 챙겨 드린게 늘 가슴에 아프게 남습니다.

 

어머니가 해주신 밥중에 무우를 섞어서 해주신 무우밥이 있습니다.

쌀을 아끼느라 농사지은 무우를 넣고 밥을 해서

양념장에 비벼 먹는건데 요즘은 어디서도 먹기 힘드네요,

콩나물밥 곤드레밥은 있는데... 무우밥은 본 기억이 없네요.

그때는 밥에 넣은 무우가 싫어서 골라서 버리고 밥도 맛없다고

반도 안먹어서 어머니를 애태웠었는데....

지금은 그 밥을 해줄수 있는 분도 없고 그맛도 재생할수가 없네요.

 

밀가루를 직접 반죽해서 직접 끓여주시던 칼국수도 그립습니다.

특히나 칼칼하고 단맛이 나던 양념장맛은 칼국수에

딱 제격이고 저는 그 칼국수에 다시 고추장까지

넣어서 밥말아 먹곤 했는데.... 그립습니다.

 

엄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천상 고향같고

푸근하고 포근한 솜털같이 여리고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초등학교도 못다니시고 평생 고된 농사일과 시집살이에

시달리셨으면서도 저희 5남매 잘 자라게 뒷바라지 잘해주셨고

 

나중에 작은형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으시면서도

그 여린 몸으로 고통을 삭이시면서 꿋꿋이 살아오신

여장부이시기도 합니다.

 

오남매들이 모두 일찍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자취생활을 해야했고

그 때문에 더 일찍 어머니의 존재가 소중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엔 어머니 계신 고향가는

토요일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고,

고향을 떠나와야 하는 일요일 오후가 너무도 싫었습니다.

 

어머니가 싸주신 반찬이랑 채소들을 가지고 다시 텅빈

자취방에 돌아왔을때 너무도 허전하고 외로워서 눈물짓던 시절도

그립네요. 말년에 인공심장판막수술과 두번의 뇌경색 그리고

경운기 사고까지 당하면서 투병하는 와중에도 늘 자식들

걱정해주시고 손주들 보고싶어 하시고 혼자 계신

아버지 식사 걱정까지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인생살아오면서 어렵고 힘드 때에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참고 이겨내려 노력해왔고, 어머니 뜻에 거슬리지 않으려 살려고

하다보니 저절로 모나지 않고 반듯한 사람이 된것 같습니다.

 제 삶과 존재의 목적이자 희망이셨는데, 더 오래 사시지 못하고

소천하셔서 효도할 기회도 갖지 못한것이 원통합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생각해보면

손맛이란 인생과 삶의 희노애락이 양념으로 스며든

고통과 아픔가지 녹여내서 감칠맛나게 만드는

사랑과 정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음식들의 창조라고 생각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