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홀로 계신 아버지 생신이라 형제들이 모였다.
큰형과 여동생은 전날 저녁에 도착했고 나는 둘째 아이랑 토요일 당일로...
모이다보니 다른 성씨들은 이래저래 못오고 같은 성씨들만 모인셈이 되었다.
다행히 여동생이 미역국도 끓이고 생일상 준비를 잘 해 놓았다.
작은 케이크도 불을 붙이고...
고향에는 그간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지 동네 앞 개울에는 물이 거의 없다.
널찍한 개천에 풀들만 무성하고 도랑물 같은 물만 그 사이로 흐른다.
텃밭도 바짝 가물어서 아버지가 매일 수돗물을 채소들에게 주고 계신 모양이다.
그래도 가지꽃 수박꽃 꽃이 피고 호박도 벌써 열매가 달려있고
마당가의 보리똥 나무에도 빨간 열매가 가득하다.
아직 장마가 오지 않은 날씨라서 그런지 햇살은 쨍하니 뜨거운데
그늘의 공기는 선선하고 집안의 방바닥은 누우면 차가울 정도...
낮잠자는데 마당의 닭이 울고 앞집 염소가 울고...
당일로 올라와야 해서 죄송스러웠다. 청명한 하늘에 뒤뜰에는 개망초꽃이 가득 피어서
고향집을 지킨다. 마당의 늙은 개는 이제 기운이 없는지 쳐다보는 눈빛이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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