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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3코스 ...첫날, 인월에서 매동마을, 공할머니 민박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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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21. 3. 2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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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두고 한달간의 연차휴가

인사다니고 그간 못만났던 분들도 만나고 준비도 해야하느라 휴가이지만

술도 많이 마시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어느정도 약속들 정리하고 훌쩍 지리산 둘레길로 떠났다.

다녀온 분들이 가장 좋았다는 3코스를 먼저... 그리고 현지에서 하루더 연장해서

4코스도 반을 걸어보았다.

 

사흘간 어찌하다보니 사십키로 넘게 걸었다. 간식거리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고

현지에 민박집 외엔 식당이나 가게들이 없어서 낮시간 동안은 거의 쫄쫄 굶어가며

걷느라 힘들었고, 이틀간은 날씨가 따듯해서 그늘없는 길은 땡볕에 더웠고

마지막날은 비가 부슬거리며 내리고 길도 잘못 들어서 힘들었다.

 

혼자 대중교통으로 이렇게 길게 여행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때가 때인지라 길에도 동네에도 민박집에도 사람들이 없다. 간간히 들에서 일하는 분들만... 

혼자 긴 거리를 걸으며 아무도 없는 길에서 사람들과 인생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분노 슬픔 우울 시기 자책 좌절 실망 고통 외로움 허망 지친마음을 모두 버리진 못했지만

다시 한번 더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귀중한 나만의 여행...

 

3코스는 전체 20킬로 넘는다고 해서 첫날은 매동마을까지 다음날은 금계마을까지

가는 걸로 했고 하루 연장한 마지막날은 동강마을까지로 갔다.

3코스를 하루에 다 통과하려면 오전부터 가야할 것 같고 체력소모도 많으므로

산을 잘타거나 체력이 좋은분들 외에는 나누어 가고 충분히 쉬어가는게 좋을 듯 하다.

 

첫날

 

남원군 인월면 인월리에서 남원군 산내면 매동리 매동마을까지

 

동서울터미널로 좌석버스를 타고 가서 8시 20분 첫차를 탔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나말고는

대여섯 자리만 찼다. 중간에 한번 쉬고 쉴세 없이 달려서 함양을 거쳐 남원 인월면 인월리에 하차.

내리자마자 터미널에 계신분이 체온을 재신다. 전날 마신 술로 속이 좋지 않아서 화장실을 가려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장날 장보러 가시는지 터미널 안 대합실 의자에 빽빽이

앉아계신 할머니들... 할아버지는 없으신듯.. 수십명이 한꺼번에 쳐다보셔서... 화장실도 한칸밖에

없고 분위기상 그냥 참고 나와버렸다.

 

간식거리를 더 샀어야 했는데 베낭도 작은 베낭에 이틀 입을 옷으로 꽉차버려서 동서울에서 산

음료수랑 간식거리 하나만 그대로 가지고 출발점을 찾았다. 서울 촌놈이라고 낯선곳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다른분들이 개천가 둘레길 센타에서 출발했다는걸 본 기억이 있어서 이정표에 지리산 방면으로

큰길을 따라 갔는데 그냥 정류소 맞은 편 골목길로 가도 되는 걸 둘러간 꼴이 되어버렸다.

 

센타에서 부터는 이정표 표지가 잘 되어 있어서 다리 건너서 출발점을 찾았다. 개천 강변둑을 따라서 

걷다가 다시 도로를 잠시 나갔다가 중군마을도 지나고 그 다음은 산길, 가는동안 산책나온 동네분과

동네에서 일하시는 분들 한두분 마주치긴 했지만 여행객 보는게 익숙한지 다들 별로 신경쓰지 않고

눈길도 안주신다. 

선화사로 가는 갈림길에서 강변길로 가지 않고 선화사 절 구경도 할겸 선화사길을 선택했는데

상당히 가파른 길에 꽤나 숨차고 가파른 길이었다. 전망도 좋고 산길 숲길 걸어서 좋긴 하지만 체력도

힘든 길이었다. 선화사 절에는 보살할머니가 빼꼼 내다보다가 법당둘러보는 사이 밖에 나오셔서

나의 동태를 살피시더니 내가 인사하고 떠나니까 다시 들어가시는듯 하다. 조용한 산사에 낯선 외부인

찾아오는게 반갑지는 않으실듯 하다. 날이 포근해서 절에서 마시는 샘물 맛은 꿀맛이었다.

 

산길도 상당히 가파른 길 오르고 나니 그다음은 멀리 매동마을이 보이는 내리막길

꽤 큰 리조트 건물도 보이고 언덕에 오래된 노송이 이채롭고 큰 느티나무가 수백년 세월을 안고

스쳐가는 객을 묵묵히 내려본다. 동네로 내려와서 보니 큰길 따라가면 민박집이 가까운데 그래도

둘레길 코스를 따라 갈려고 안내 표지데로 가다보니 막바지 가파르게 둘러가는 길로 한참 돌아가야

해서 마지막 힘을 다 쓰느라 기진맥진...

 

그렇게 매동마을에 다다랐다. 둘레길은 매동마을 뒤에서 산으로 다시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마을은 조용하다. 할머니 민박집 표시되어 있어서 찾아갔더니 아무도 안계시고 동네 사람인지

두 아가씨가 문닫은 매점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흘낏 본다. 민박집 신관인듯 아무도 안계셔서

보니 할머니가 사시는 구관 옛집이 있어서 전화를 드리니 할머니 둘째 아드님이 전화를 받고 나오신다.

 

신관2층 민박집 방에 여장을 풀고 좀 씻고 일단 한숨 잤다...저녁시간까지... 지리산이 멀리 보이는 전경이

한가롭고 고즈넉하다. 간혹 지나가는 차소리뿐... 저녁에 할머니 댁으로 가니 부부로 온 손님 두팀이 있고

둘째아드님은 그중에서 구미에선가 온 늦둥이 임산부 젊은 부부랑 같이 막걸리로 저녁을 들고

나는 혼자 상을 받다가 할머니랑 같이 할랬더니 지나가는 여행객이 방있냐고 들어왔다. 아마 예약도 안하고

무턱대고 찾아온듯... 마지막에 매동마을 길을 못찾아서 엉뚱하게 한참 돌아왔다고 완전 탈진이라고

민박집 문연데도 없다고 방을 달라신다. 사장 아드님이 코로나라서 화장실 같이 쓰는게 안되어서 

신관은 안되고 구관은 불넣으면 다섯시간은 지나야 온기가 돈다고 난색하시다가 나한테 양해를 구하신다.

내가 흔쾌히 승락하니까 두분다 좋아하신다.

 

그렇게 자리가 되어서 그분은 저녁은 안해도 되고 막걸리나 하겠다고 나랑 합석해서 마시다가

늦둥이 임산부 부부랑 사장 아드님도 같이 합세해서 할머니댁 마당에서 막걸리에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추운줄도 모르고 한참을 같이 보냈다. 늦둥이 부부는 특히나 임산부 아내되는 분이 어찌나 서글서글 말도

잘하고 할머니 일도 도와주고 재미있으시다. 뒤늦게 도착한 분은 진작 퇴직하고 다른일 하다가 꼭 와보고픈

둘레길 계획없이 왔는데 와보니 너무 좋다고...

 

할머니가 갖가지 산나물로 차려주신 푸짐한 식사와 막걸리로 배불리 저녁을 먹고 다섯이서 한참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다가 잠자리로 들어와서 노곤한 하루를 마무리 했다. 2층이라 수압은 좀 낮았지만 깨끗하고

소박한 잠자리에 방바닥은 뜨끈뜨끈... 달게 푹 잤다.

 

3코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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