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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고향을 다녀오다 ... 산에도 들에도 가을이 가득한 날 / 2023.09.28~29

세상살이이야기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23. 10. 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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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개천절까지 긴 연휴

코로나 끝나고 처음 맞는 명절에 날씨도 좋고 연휴도 길어서

일치감치 해외라든가 관광지 숙소 예약도 끝났다는 뉴스를 봤는데

갈수록 제사 지내지 않는 집도 많아지고 시골에 더이상 갈 일이 없을텐데도

도로는 꽉꽉 막히고 차들은 더 늘어난듯 하다.

1인1차 시대이니...

 

올해는 이런저런 일로 인해 나혼자 고향길에 나섰다.

여덟시간 동안 운전하느라 힘들었지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데로 가끔 고속도로 갔다가 국도 갔다가 지방도 갔다가

어떤 때는 길인가 싶은 길도 가보고...

막히는 고속도로는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작은 시골길은 막혀도 주변 풍경보고 바람도 쐬느라 관광하는 기분도 들고 좋다.

혼자 찾아가는 길이 시골계신 아버지께 죄송스럽긴 하지만

이것도 겪어야할 일이라면 견뎌야하겠지... 마음을 그냥 가을 바람에 풀어버렸다.

 

지나가다보니 휴게소는 입구부터 차들이 늘어서 있고

휴게소안에 들어가서도 화장실도 줄을 서고 인산인해 미어터진다.

3년만에 다시 겪는 풍경인데도 조금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올해는 우리집은 나혼자. 큰형네도 큰형이 먼저오고 큰조카는 일때문에 따로 늦게 왔다가

다음날 제사만 지내고 갔다. 그래서 성묘는 나랑 큰형 둘이서만 했다.

역대 제일 작은 가족들만 참여해서 아버지께도 돌아가신 어머님께도 죄송스러웠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어머님 돌아가실때 이런저런 불화가 가족내에 드러났고 그기에 겹쳐 형수가 몸이 아프신 바람에

더 이상 못오시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진작에 예견되었었지만

막상 닥쳐오니 참 민망하고 가족이란 뭘까 싶고... 나는 잘했나 싶다...

 

혼자오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챙겨먹고 왔는데 오자마자 큰형은 조상묘 벌초하러

좀 떨어진 산골짜기로 갔고 나는 집뒤 둑의 잡초가 무성해서 예초기를 꺼내서 제초작업을 해야했다.

예초기가 일년에 한번 쓰는 건데도 잘 돌아가줘서 다행이었다.

제대로 긴 옷에 모자도 쓰고 철망 가리개도 썼는데도 작업하기 좀 불편하고

둑이 경사져서 서 있기도 불안하고 힘들었다. 

게다가 멋모르고 풀속의 벌집을 건드렸는지 갑자기 얼굴이 따끔거려서 보니 벌이 손에 잡히는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황급히 피신.... 계속 따라오지는 않고 벌집 주변에서만 웽웽 맴돈다.

그 사이 이마에 정통으로 한방... 나머지는 머리카락에 엉켜서 미쳐 벌침을 놓지도 못했다.

살펴보니 말벌은 아니고 땅벌 일종인듯... 그래도 맞은 부위가 아프고 화끈거리고 머리도 띵해서

잠시 그늘에서 쉬어야 했다.

 

할수없이 벌집 있는 곳은 놔두고 다른쪽만 벌초하는데 더 조심스럽고 작업도 더디고...

그래도 해질녁까지 대충은 끝마쳤다. 지난 비에 둑 한쪽이 무너져서 돌담이 없어져 버렸다.

산소 벌초 맡길데 집뒤 둑도 맡기라 했건만....잊으신건지 돈이 아까우신건지....

개고생만 했다....

 

남자셋이서 어찌어찌 사온 것들로 제사를 치르고 성묘도 다녀오고

성묘가는 길에 보니 예전에 농사짓던 큰 밭들도 일손이 없는지 그냥 묵혀놓은 곳이 많았다.

나무라도 심어두면 좋으련만 ... 어릴땐 밭 한쪽이라도 더 만들지 못해서 산 중턱까지 개간했었는데....

그렇게 멀쩡한 논밭도 잡초더미로 파묻히고 시골은 농촌은 쇠락해가나보다.

 

우리집도 동네 가까운 큰 밭은 다른 분께 빌려주었는데 그기 남은 자투리 땅이 아깝다고

그렇게 반대했음에도 아버지가 올해 고구마를 덜컥 심어버렸다.

형이랑 성묘다녀와서 고구마 캐느라 몇시간 벌판에서 노동을 해야했다.

농사일 해본 사람들이 아니어서 손은 더디고 땅은 그간 내린 비로 젖어서 파기도 힘들고

누가 먹을 사람도 없는데 괜한짓을 하시나 싶다. 구순의 몸으로 불편한 몸으로 왔다갔다 하는것도

불안한데....

 

고구마 캐고 나오다 보니 밭가에 새한마리가 죽어있는걸 발견했다. 별다른 상처가 없어보이는데

농약묻은 먹이를 잘못 먹었다 싶다. 구덩이를 파고 묻어 주었다. 애처롭다.

 

큰형이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집안팎의 호박덩쿨이랑 화단을 정리하느라 다시 땀을 흘려야 했다.

화단에는 제발 심지말라고 부탁드려도 듣지도 않으신다.

정작 넓은 텃밭에는 자리도 많은데... 올해는 텃밭의 배추도 병이 들어서 예년만 못하다.

잠깐 낮잠 자고 일어났더니 컴컴한 밤이다. 남은 음식으로 아버지랑 저녁을 먹고

밤시간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작년에 구순을 넘긴 아버지가 아직 정신은 또랑하셔서 다행인데

몸은 더 불편하시고 잦은 병치레도 하신다. 그래도 병원 안계시고 집에 혼자 계셔서 고맙고도 죄송스럽다.

 

올라오는 길은 막히지 않고 고속도로로만 쭉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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