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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9월 26일 / 10년전 그때 우울했던 추석

하이텔시절 글모음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09. 9. 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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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달빛이 눈쌓인듯 소복히 창가에 내려앉아

있더군요.

추석날 밤 고향집 감나무위로 걸린 달은 구름에 가렸다

나타났다 내 마음처럼 흐렸다 개였다 하더군요.

비속에서 달려간 고향길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만큼 사흘내내 두통이 내 머리를

두들겼습니다. 미리 가져간 약으로 버텼지만

어머니 푸념과 한숨에 무너지고 말더군요.

이번 추석은 송편없이 차례상을 치렀죠.

어머니 혼자 준비한 음식이라 송편은 안하셨더군요.

이웃집 아주머니 두분이 오셔서 조금 도와주시고

추석날 새벽에 서울 작은집에서 와서 숙모가

서투른 솜?씨로 돕긴 했지만 어머니가 기운이

나실리가 없죠...

손녀는 병원에 있지, 큰며느리는 그바람에 못왔구.

작은며느리는 소식도 없고...

작은 아들은 술에 쩔어서 산림노무자가 되어서 허덕이며

살지...그 손자는 철없이 말두 안듣지...

이럴때 제가 결혼해서 아내라도 있었으면 어머니 말벗이라도

해주고 왔을텐데...

 

비는 계속내렸고

안방 부엌에 물이 차서 불도 못때시고 추운방에 주무시더군요.

다행히 추석날 오후에 비가 그쳤지만

성묘가는 길은 온통 무너지고 물에 빠지고...

올해 초에 돌아가신 삼촌 묘 옆으로 산에서 흘러온 물이 도랑처럼

흐르더군요.

냇가의 논에 벼도 많이 쓰러지고...

벼좀 세우고 와야 하는데...월요일 출근해야 해서 추석 다음날

올라왔답니다. 길은 많이 안막히더군요. 5시간 정도 걸렸으니...

내려갈때는 8시간 반정도 걸렸거던요.

친구들도 없구...하긴 다들 비오구 해서 나들이도 안나섰나보죠.

하긴 처가집 다니느라 친구집 올 시간두 없었겠죠.

오나가나 적막하군요...후후

 

돌절구옆에 빨갛게 피어난 봉숭아꽃이랑

담장옆에 울긋불긋 핀 꽃들이 그래도 마음을 달래주더군요.

 

10월 마지막날에 서울 작은집 사촌동생이 결혼한다더군요.

양쪽집에 노총각이 네명인데 제일 막내가 먼저 결혼을

하는셈이죠. 어리고 쑥맥인것만 같더니...

가난한 집안에 그래도 그늘없이 자라서 좋은 가정을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9월도 가고 가을이 깊어지는군요.

11월 어머니 생신날에는 혼자가 아닌 둘이 고향에 내려갈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부질없는 설레임으로라도...

 

...어두운 골목길 비가 내려도 그대의 어깨에 손올리고

  같이 걸어간다면 행복하겠습니다...그대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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