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다녀왔다.
여전히 더운 날씨에 닫아둔 현관문 방문을 여니 열기가 확 뿜어져 나온다.
문옆 화분속의 가느다란 코스모스 줄기에 하얀꽃이 두송이 피었다.
큰 콩잎에 가려져 잘 자라지도 못하는데도 꽃을 피운 걸 보니
하얀 꽃잎에 어머니의 얼굴같은 가을이 느껴진다.
도착하고 바로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잘 도착했다고...
다시 교대한 작은 형수가 받고 어머니를 바꿔 주신다. 이제 어머니도 전화를
받기도 하시네...
'엄마 밥 잘먹고 운동도 하고 마음편하게 먹구 힘내요'
'그래 걱정말구 잘지내라 밥 굶지 말구'
.......
전화를 끊고 나자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서 침대에 기대어 앉아
한참을 울었다. 어머니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봤어도
솟지 않던 눈물이 같이 있다가 다시 서울와서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니
왜이리 서럽고 허전하고 외롭고 고통스러운지...
누가 들으면 창피할 정도로 소리를 내면서 한참을 울고나서
꺽꺽거리는 울음을 잦아들면서 저녁밥을 짓고 빨래를 해서 널고...
정작 힘내야 할 사람은 나로구나...
어머니
가난하고 식구들 많은 집의 누이로 태어나
일찍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집안 돌보느라 고생하시고
밥숟가락 들려구 19나이에 일찍 아버지에게 시집오시구
우리 할머니...일찍 할아버지를 여의고 홀몸이신 할머니에게
시집살이 지독히 당하시면서 고된 농사일에 자식 키우기에...
평생을 보내시구도...
아버지 중풍걸려 쓰러진 다음 2년넘게 병수발도 드시고
할머니마저 치매걸려 3년동안 똥오줌 갈아주시며
정작 자기몸은 돌보지도 못하시다가
이제서야 선천적으로 피가 잘 안돌아 어머니를 괴롭히던
심장판막수술을 받고...
그런 생각들로만으로도 내 눈물을 채우고도 남았다.
난 그동안 어머니를 위해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흔들리면서 흐트러지면서 여기 서울 구석에 초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 모습이...또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
금요일 퇴근하고 강남역에서 회사 친한 후배랑 같이
여자 두명이랑
4명이서 어울려 만났는데
청하를 너무 마셔서 속쓰려 혼났다.
원래 만나기로 한분하고 나는 말수가 적어서 조용히 있는데
같이 온 친구하고 내 후배는 어찌나 말빨두 세구 재미있던지
웃느라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처음엔 별 기대 안했던 그냥 편한 마음에 갔던 만남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단지 외국여행가구 하는 이야기들이 아직 제주도도 안가본 나랑
비교되어서 좀 소외되는 기분은 들었지만...
그걸 자랑으로 하는 분은 아닌것 같았구 조용하구 차분해보여서 좋았다.
얼떨결에 그 친구에게 떠밀려 집앞 골목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왔는데...마음에 파문이 이네.....
괜히 혼자 좋아하다가 나만 초라해지는거 아닐까 조심스런 걱정도 했는데
어제 병원에서 만나서 좋았다구 호출에 녹음해 두었는데
올라오는 기차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로 인해 우울한 마음에 얼마나 밝은 빛이던지...
그냥 잘되었으면 좋겠지만 인연이 아니라면...단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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