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경기도 강원도 일대의 산들은 많이 다녔는데
수도권 이남의 산은 그다지 많이 가보지를 못했다.
거리도 멀고... 강원도의 산들이 워낙 좋아서...
지리산이나 덕유산은 워낙 유명한 산이라서
다녀왔지만 다른산들은 수도권 산행을 어느정도 하면
갈 생각이었는데...
다리가 아직 불편한 친구놈이 전에부터 대둔산 대둔산 하기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 주말 3월 30일 토요일... 날씨는 약간 흐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지만 다행히 산행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산행후에 서울로 돌아오는 중도에는 봄비가 제법 내렸다.
포근한 날씨와 케이블카가 있는 산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데... 케이블카에 내려서 정상까지만 바글바글하고
다른 코스는 의외로 한적하고 등산객이 드물어서 좋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체산행객들이 능선에 터잡고 있는 꼴도
안보여서 좋았고....
구름낀 날이라서 다른날보다 어두운 새벽의 서울을 떠나서
간만에 남쪽으로 차를 출발...
친구랑 후배랑 셋이서...
후배는 일이 바빠서 2주간 못갔는데 오랫만의 산행...
음성휴게소에서 밥을 먹고...그대로 완주까지 진행...
목적지를 대둔산관리사무소로 네비게이션을 찍었는데
도착해보니 태고사가 있는 금산쪽이어서 다시 차를 돌려야 했다.
완주쪽으로 접어드니 도로위에 큰 아치가 나타나고
대둔산으로 접어드는 길목이 나타난다.
길가에 가득한 식당들을 보니 역시 유명한 산임을 알겠다.
주차장이 비좁은 탓인지 철골로 2층을 만들어서 주차장을 늘여놨는데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흉물이다. 낡아뵈고 시끄러운 소리만 난다.
여장을 갖추고 산행시작...
가파른 길로 바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김밥파는 가게에 들러서 김밥을 사가지고 가는데
할아버지 주인이 자꾸 음료수도 가져갔냐고 의심을 하면서
몇번이나 물어본다... 관광지이다 보니 정신없을때 당하신 모양...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까 내려올때 탈까 하다가...
그리 높지 않은 산이고 제대로 산을 볼려면 걷는게 나을 것 같아서
걸어올라가기로 했다.
우리 말고도 걸어서 가는 분들이 꽤 있다. 아이들도 보이고...
길은 가파르고 물이 마른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온통 돌밭이다.
돌로만든 계단도 있고...
처음부터 경사가 급한 길이라서 다들 헐떡이며 힘들어하는데
산중턱에 음료수랑 음식파는 가게도 있어서 잠시 쉬기는 좋았지만
아름다운 산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산아래로 옮길수는 없을까...
조금더 올라가니 왼편으로 암벽으로 이루어진 능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동심바위라는 거대한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바위... 마치 큰 토끼모양의 석상같다...
남녁에는 흙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온통 바위와 돌로 이루어진 산이 있다니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주변산을 압도하는 절경에 역시 명산인듯 하다.
능선이 나타나면서 드디어 그 유명한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까마득한 봉우리 사이에 걸쳐진 다리는 밑에서 보기에도 아찔하다.
다리를 우회해서 올라가는 길도 있지만 구름다리를 걸어보지 않고 갈수야 없지...
구름다리 부터는 사람들도 많아지기 시작한다. 케이블카를 타고와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탓이리라.
금강구름다리는 보기에도 아찔하고 건너가는 순간에도 현기증이 난다.
다리는 튼튼히 만들어져 있지만 높다란 곳에 매달려 흔들거리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니... 맘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색다른 경험이고 재미인것 같다.
구름다리 주위의 능선에 늘어선 암벽들과 소나무들이 또다른 경탄을 자아낸다.
설악산 울산바위나 공룡능선을 보는듯한 기분...
열심히 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넜다. 제대로 즐겨보려 했지만 밀려오는 사람들 탓에
얼른 건너야 해서 아쉽다.
그다음은 삼선계단...
예상치 못한 코스였다. 멀리서 보기엔 그냥 산에 만들어 놓은 계단인줄만 알았는데
도착해서 보니 거의 허공중에 매달린 가파른 외줄기 좁은 계단같은 다리였다.
구름다리는 평평한 길이라서 공포감이 덜했지만
삼선계단은 허공중에 매달린 계단이 높다랗고 가파르게 위로 매달려 있으니
보는 순간부터 숨이 턱 막힌다.
계단을 밟고 조금씩 올라가면서부터 공포감이 조금씩 더 늘어난다.
양쪽이 허공이고 발아래 계단밑도 허공... 위를 보면 경사진 계단만 높다랗게 보이고
기분탓인지 계단이 흔들거리는 기분,,,
여기저기서 비명과 탄식같은 한숨들...
삼선계단 아래 붙여놓은 노약자 임산부는 삼가하라는 경고가 이제사 절실히 느껴진다.
어느분이 127 계단이라고 하던데... 계단 숫자를 세기는 커녕 오금이 저리고
후들거려서 그저 발만보고 무작정 올라만 갈수 밖에 없다.
주변 풍경을 보거나 사진을 찍는 것은 엄두도 못내겠다.
웬간히 간이 크고 담이 크지 않다면 다 비슷한 기분이었으리라...
차라리 바위에 붙어있는 밧줄을 타는것이 나을듯 싶다.
아...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분...ㅎㅎ
하여튼 삼선계단은 명물중의 명물인듯 싶다... 삼선계단 제일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경치는 정말 기가 막히게 멋지다.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어느 산에서도 볼수 없는 절경,,
그렇치만 사람들에 떠밀려서 오래 머물수가 없다...
우리도 사진 조금 더 찍고는 정상으로 계속 전진...
조금 올라가니 능선이 나타나고 넓다란 공터에 이정표와 쉬어가는 벤치와 평상이 있다.
여기저기에 벌써 휴식과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탓에 소란해지기 시작한다.
주변에 쓰레기를 마구 버려서 다소 지저분한 모습들이 눈쌀을 찌뿌리게 하고 있고...
정상에 다다르니 생뚱맞은 높다란 탑...
뭐라고 써놓았는데... 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글귀들... 누가 왜 이런걸 여기다가...
대둔산이라는 표지석은 온데간데 없고...
정상의 개척탑에는 더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인증샷 찍느라 정신없이 복잡하다.
그 번잡함이 싫어서 우리는 잠시 머물다 내려왔다.
한적한 곳에서 식사를 할려고 낙조산장쪽으로 진행...
길이 녹아서 질척거리는 길은 걷기에 불편하고 옷도 금새 더러워지지만
사람들이 거의 없고 한적해서 좋다.
그리고 조금 가서 능선에 오느리 이쪽에도 또다른 절경이 나타난다.
대둔산 정상과 그 주위의 능선은 온통 암벽과 바위들로 이루어진 깍아지른 절벽...
사이사이 소나무들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정상에만 갔다가 다시 케이블카로 내려가면 이 절경을 못보는 것이다.
넓다란 바위를 발견했지만 다리가 불편한 친구가 막걸리 마시고 내려오기 힘들다고
포기하고 그 바위 아래쪽에 다소 널찍한 공터로 내려가서 식사를 했다.
공터역시 전망이 좋고 건너편 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바람도 잔잔해서 아주 좋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깍아지른 절벽의 제일 꼭대기에서 밥을 먹은 셈이었는데
밥 먹을 때는 뒤쪽이 절벽이라는 것만 느낌이 있을 뿐 그렇게 위험한 곳인줄은 몰랐다.
더구나 밥먹을려고 채비하는 중에 내 안경이 바위틈으로 떨어져서 친구가 꺼내느라
애를 먹었는데... 자칫하면 안경이 까마득한 절벽아래로 떨어져서 큰 낭패를 볼뻔했다.
위험한 바위에 매달려 안경을 집어준 친구가 정말 고맙다... 이래서 산행은 혼자 하는게
아니라는 것 같다.
김밥과 친구가 싸온 족발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건너편 능선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길래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종주할려면 낙조산장쪽으로 가던지 용문골 매표소 쪽으로 가도
되지만 일단 능선을 더 타보기로 했다.
용문골삼거리에서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것이 정코스인데 우리는 왕관바위쪽으로
진행해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이쪽으로는 등산객들이 거의없다. 혼자 올라오는 분이 있어서 물어보니 코스는 있는데
하산할려면 위험할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진행했는데 바위틈의 좁은 길이 나타나고 가파른 바위를 내려가야 해서 역시나
힘든 코스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능선에 다시 올라서 건너편을 바라보니
우리가 밥먹던 바위를 비롯해서 대둔산의 절경인 절벽과 바위들이 한눈에 보인다.
그 장엄함과 멋진 경치에 그저 말문을 잃고 감탄만 할뿐...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워 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깍아지른 절벽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계곡의 하산하는 길이 보여서 그쪽으로 진행...
가파른 산기슭에 산죽 대나무들이 어찌나 많은지... 다들 긁히고 시야를 가로막아서
잠시 힘들었다. 다행히 다시 길을 찾았다.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길을 찾아서 다행이었고... 다른 분들은 가능하면
용문골삼거리에서 그냥 계곡따라 하산하기를 권한다.
계곡으로 하산하지 않고 왕관바위쪽으로 올라와서 바위를 따라 하산하는 길은
길도 잘 보이지도 않고 위험하다.
아니면 낙조산장쪽으로 해서 태고사로 넘어가는 편이 좋을듯 하다. 원점회귀가 아니라면...
계곡따라 돌길을 내려오다가 바위사이의 좁다란 용문굴을 지나서 칠성봉전망대에 들렀다.
우리 앞서 한무리의 가족인지 모임인지 들렀다 가는데
몇번인가 야호 메아리 소리를 지르고 그기에다가 무슨소린지 모르게 괴성까지...
아마도 케이블타는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하는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힘들게 왔으니 고함이라도 지르라고 시킨것 같은데
한두번도 아니고 몇십분을 그렇게 떠드는것 같아서 눈쌀이 찌뿌려진다.
요즘 산에서 아무도 그렇게 소리 지르는 분들 거의 없는데...
소음공해이고... 산새나 산짐승들이 놀라서 새끼나 알을 떨어뜨린다는데...
상식도 없는 인간말종들이다...
우리도 전망대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하산했다. 전망대는 관리를 안한탓인지
시뻘겋게 녹이 슬어있고... 철망이 끊어져서 철사로 다시 이어놓은 곳도 있다.
울타리를 주위에 처놓았는데도 개구멍을 만들어서 들락거리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 역시 꼴불견이다. 가지말라고 만들어 놨으면 가지말아야지...
막아놓은 울타리를 찢고 타넘어서까지 가다니...
길을 잃은것도 아니면서... 한심한 인간군상들 같으니...
케이블카 내리는 곧으로 다시 와서 그대로 하산했다. 힘들었으면 케이블카 탔을텐데
그다지 힘든걸 모르겠다. 워낙 절경을 봐고 와서 마음도 몸도 충만한 탓인지...
올라간길로 다시 하산해서 주차장의 차로 돌아왔다.
날씨가 그간 가물어서 계곡이 바짝 말랐고... 길에도 깔린 돌만 아니었으면
먼지가 많았을것 같다. 다행히 오늘 서울에는 봄비가 많이 내리는데
남녁에도 비가 많이 오면 좋겠다.
몰상식한 사람들을 보기는 했지만...
대둔산은 그간 본 산중에서 설악산 다음으로 절경인 산이다.
능선따라 가득 늘어선 암벽과 바위 봉우리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꽃피고 단풍들었을때는 더욱 좋을 것 같다, 설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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