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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친구의 산장 ... 송화가루 날리는 저수지, 잠 못 이루는 봄밤 / 2023.05.02~04

그리운곳아름다운곳

by 내일은비/신뽀리/가을비 2023. 5. 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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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장을 3개월만에 그만두고 다시 일자리 가기전의 시간들...

훌쩍 마음 정리하고 달래러 가는 안동의 친구 산장을 다녀왔다.

차로 세시간이나 달려야 하는 긴 거리이지만 평일 고속도로를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하염없이 가다보면 금세 가는 것 같다.

생각에 잠겨 있느라 휴게소 들른다는 것도 깜박하고 그냥 내리 바로 안동까지

가게 되었다. 아무것도 사오지 말랬지만 시내 하나로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장을 봐서

이제는 제법 익숙한 길을 들어가서 저수지 둑길을 넘어서 갔다.

 

이번에는 첫날밤 와인한병 나눠마시고 둘째날 막걸리 한병 나눠마신게 전부다.

체력좋고 술좋아하는 친구가 그간에 모임이다 행사다 술을 워낙 많이 마셔서

술병이 났단다. 그래서 겨우 기분만 냈다.

장작불 피우고 고기도 굽지 않았다. 다른 손님이 있지도 않고 둘이서 그냥 밥해서

나물반찬에 간단히 먹었다. 음악도 틀지 않았다. 

봄바람과 새소리 산짐승소리 자연의 소리만 들었다. 친구는 이것저것 일하고

중간에 골프 운동도 다녀오고...

나는 가지고간 화분 분갈이를 했고 오래 신은 운동화도 씻어 말리고

송화가루가 자꾸 쌓이는 차를 두번이나 세차했고 중간에 근처 만휴정과 고운사를

다녀왔다.

 

쉬러온 사이에도 운전 중간에 일때문에 전화도 오고 산장에 와서도 상담해주느라

한참을 전화통화 했고 그게 가슴에 남아서 마음이 좀 울적했다.

나도 잠시 백수이고 새로이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인데... 먹고사는 문제는 늘 어렵다.

적어도 일년 아니 이년을 다채우고 나올려고 입사했는데... 이렇게 빨리 그만두게 될 줄이야.

주변에서도 많이 놀랐다. 이번 직장은 특별해서 입사한것도 놀람이었고 금새 나온것도

놀람이었다. 

 

나 스스로도 놀람이었다. 무시당하고 폭압적이고 자존심상하는 상황은 견디기 힘들다.

견딜 이유도 없다. 돈때문에 생계 때문에 갑질을 참을 이유가 없다. 그냥 떠나면 그만이다.

구차하게 시끄럽게 여기저기 하소연하고 문제를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기엔 내 경력과 내 나이가 너무 많았다.

어느분 노래처럼 나는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준다.

 

산장에 부는 바람과 하늘과 구름 그리고 꽃들... 친구말고는 새로 기르는 개한마리...

닭장에 수닭 다섯마리...뿐....

잠시 친구가 빌려쓴 농기계 실러온 동네 선배형이 앉았다 가고

친구의 친구가 개를 맡겼다가 다시 데리고 가고...

깊은 밤에 깜깜한 산으로 멧돼지 사냥하는 분이 들어갔다.

 

워낙 산골짜기 막창이고 시내에서도 멀어서 누구든 쉽게 오기 힘든곳이라서 더 좋다.

친구의 친구가 맡겨놓은 개가 환경이 바뀐 탓인지 밤새 울고 짖어서

첫날밤은 전전반측 잠을 제대로 이룰수가 없었다. 개를 데리고 가버린 둘째날은 단잠을

잘 잤다. 

 

그냥 둘만 있어서 그런지 친구도 예전처럼 흥이 안나나보다. 말수도 많이 줄었다.

개하고는 엄청 잘 놀아준다. 그런 모습이 좋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외로워 보인다.

시내에도 집이 있고 하는 일도 있지만... 이렇게 멋진곳에 산장을 가지고 있는게 부럽다.

가끔 와보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다...

 

친구가 없는 사이 한참을 왔다갔다 걸으며 저수지를 바라보며 혼자 말없이 이생각 저생각

그리고 한없이 빠져드는 고독과 외로움에 젖어 들었다. 사는게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지...

그러다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좋다. 그럴려고 왔으니까...

 

이박삼일은 금세 흘러가고 주말 비예보가 있어서 일찍 올라와야 했다.

봄날은 깊어가고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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